2009년 5월 27일 수요일

1951년과 2005년, 2009년의 민주주의

1951년 내전을 겪던 한국은 정부청사와 국회를 부산으로 피난시켰다. 젊은이들은 소련군과 북한군과 대치중이었고 여자들은 어느 전쟁에서든 겪는 괴로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겠지.

이승만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한다. 내가 한국언론사 시간에 배운 언론인, 독립운동가로서의 이승만은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그는 대한민국의 초대대통령이되었다. 6.25 전쟁이 발발하고 대한민국은 전쟁으로 힘들었지만 반 이상이 야당으로 장악된 국회에서 또 다시 대통령으로 뽑히기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직선제로서의 개헌을 추진한다. 민주주의를 위한 직선제가 아니라 음흉한 정치적 속내가 뻔히 보이는 개헌안이었다. 추진되지 못하자 1951년 어느 날 국회로 출근하던 국회의원 통근 버스를 막고 국회의원 10명을 소환한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수많은 개헌이 이루어졌지만, 전쟁 중에 재선을 위한 개헌은 법에 위반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도덕성의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죽어가고 있는데 자신의 권력이 그리도 소중했을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난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굳이 내 입장을 얘기해보자면 합리적 진보가 아닌가 한다. 보수도 아니고 지나친 진보도 아니지만 합리적 진보.. 정치개혁은 진보적으로 이루어지되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는. 강력한 진보는 비합리적이지 않다는 게 아니라... 흑백의 논리로 굳이 따지자면 진보지만 난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는게 싫다. 그래서 합리적 진보의 입장에 서있다.

고 노 전 대통령도 진보쪽에서도 까이고 보수쪽에서도 까였다. 물론 언론의 진보와 보수를 얘기하는 거다. 언론에 의해서 강압적이었고, 인터넷과 친숙했다고 할지라도 기자실을 만들고 기사를 쓰고 취재할 때마다 보고해야한다고 말했던 이도 그였다. 난 이정책엔 불만이었고 그다지 정치에 관심이 없던 나를 관심가게 만든 사건이기도 했다. 사람은 죽고나서야 그의 진가를 알아보게 되는 것일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예전에 서민과 친숙한, 미공개의 영상과 사진들이 화제다. 귀엽기도 해보이는 그가, 만약에 살아있었다면 지금도 이렇게 그의 생전의 업적과 성품이 다시 화제가 될 수 있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든 생각이 죽음으로 인한 면죄부였다.
이렇게 말한 다고 해서 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찬성하지도 않는다. (난 실제로 그 대통령을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 물론 돈을 받은 것은 유죄이나, 예전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해서 죄를 평가해야 한다는 게 내 의견이었다. 방송기자를 꿈꾸던 나로서는 기자실 사건은 절대 잊을 수가 없었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내 개인적 감정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그가 돈을 받았다는 사건에만 주목했고 검찰은 그렇게 못살게 굴었다. 자신의 앞마당을 돌려달라는 요청도 언론은 무시했다. 그렇게 못살게 굴던 그를 돌어가시자 마자 그렇게 추모한다. 날카로운 이빨을 숨긴건지 갈아버린 건지 전 국민이 애도한다. 언론은 물론 이번에도 추모에 앞장 섰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궁금하다, 무엇이 가장 큰 이유였을까? 상처입은 도덕적 자존심에 대한 자신의 실망?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기 때문에? 검찰? 언론? 모르겠다. 말이 여전히 없다.
결국 그렇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되고 나서야 모든 죄는 사라졌다. 물론 죄는 사라지지 않지만 언론과 검찰은 죄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게 죽음으로 인한 면죄부가 아니고 뭐겠는가? 너무 슬픈일이다.


멀리 올라가보면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의 권익을 위해 법을 바꿨다. 헌법을.
그 다음은? 말할 것도 없다. 전두환, 그 많은 돈을 갖고도 전 재산은 60원이었으며 노태우, 말할 것도 없다. 김영삼? imf 때문에 내 친구는 어린 나이에 취업전선으로 불려갔다. 김대중, 여전히 많은 돈을 벌었고.
그 사람이 어떤 업적을 남기고 대통령 자리를 물러났는가와 그가 어떤 개인적 이익을 취득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그것은 도덕성과 관련이 있겠지만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노무현은 민주주의를 최대한 성실히 지키려고 노력했으며 검사 사회를 개혁하려고 노력했던 인물이었다.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안목이 너무 높아진 것일까? 그래서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전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전전전 대통령들에 대한 예우는 지나치다. 그들은 개인적 이익도 굉장히 남겼을 뿐만아니라 업적도 그다지 굉장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1951년, 2005년, 2009년의 민주주의는 물론 다르다. 시대에 따라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도 다르다. 하지만 그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는 동일해야한다고 본다. 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시기가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잘 달성되었던 시기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국민과 대화하려고 했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인터넷과 친숙하고 소통하려고 했다는 것이 뒷받침한다. 그리고 돈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도 가장 도덕적이었다, 그리고 투명했다. 가장 적은 돈을 받았기에. 이게 증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1951년 영국의 morning times는 이승만 정권의 직선제 개헌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짧은 기간안에 민주주의를 이룩했고 그과정도 거칠었지만 장미꽃까지는 아닐지라도 난 그 기간동안 적어도 해바라기 정도는 피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게 꽃 한 송이가 또 졌다.

지금 우리의 장미꽃은 여전히 쓰레기통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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